배경

해방 이후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1946년 10월 소련군정이 조선은행 평양지점에 설치한 ‘계산소’를 기반으로 ‘북조선 중앙은행’을 신설했다. 계산소는 1945년 해방 이후 38선? 이북지역에 주둔한 소련군정이 사회주의적 금융제도를 바탕으로 북한지역의 은행을 장악하고자 설치한 금융기구이다. 신설된 북조선 중앙은행은 신용개혁과 화폐개혁?을 단행하여 계획경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후 1959년 2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으로 공식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1976년에는 산업은행이 조선중앙은행?에 통합되어 완전한 단일은행체제가 확립되었다.

주요 내용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은 주권 국가의 화폐발권 기능을 담당하는 일반적인 중앙은행의 기능과 사회주의국가의 제도적 특성인 원에 의한 통제에 입각한 경제관리 기능을 모두 담당하는 은행이다. 여기서 원에 의한 통제란 국가가 수립한 계획이 개별 기업의 경제활동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권한을 부여하여 금융을 바탕으로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조선중앙은행?의 기능은 크게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광명백과사전 2010). ① 화폐발권 및 통화조절을 담당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하여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의 수량을 조절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은 현금계획과 재정계획 등 ‘계획’을 중심으로 화폐 유통을 조절한다. 화폐의 발행 역시 인민경제계획?에 입각한 생산에 기초하여 이뤄진다. ② 기업소를 대상으로 은행돈자리(결제 계좌)를 개설하여 계획에 입각한 거래가 추진되도록 금융을 통제한다. 이때 기업소의 결제 계좌에 있는 화폐는 계획의 집행 이외에는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사용될 수 없는 회계상 결제문서 형태이며, 북한은 이러한 제도를 “무현금류통”이라 정의한다. ③ 사회의 모든 고정재산(자산, 건물, 기계설비 등)을 파악하고, 개별 단위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통제하며, 재산 가치를 평가한다. ④ 재정계획에 따른 국가예산의 수입과 지출을 집행하고 관련된 제도(규율)를 수립한다. ⑤ 개인의 저금, 협동적 소유에서 발생하는 유휴자금에 대한 대부업무 등 제한적으로 상업은행?의 업무를 담당한다. ⑥ 국가 전체의 금, 은 등 귀금속을 중앙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평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계획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장마당을 중심으로 현금유통이 발생함에 따라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의 기능에도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특히 2015년 개정된 「중앙은행법」과 「상업은행법」은 형식적으로나마 북한이 과거의 단일은행제도에서 변화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상업은행?이 지역별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중앙은행?상업은행?의 위계적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불투명하며, 현금 유통이 과거에 비하여 늘어났다고는 하나, 그것이 전통적인 북한의 원에 의한 통제를 완전히 대체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북한 중앙은행 제도에 대한 지속적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