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북한은 전쟁 발발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1950년 10월에 ‘인민경제발전채권’이라는 이름의 공채를 발행했다. 당국은 채권을 통해 수입된 자금은 ‘국영기업소 관개시설’과 ‘문화기관’의 건설에 이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수립한 북한에서 주식과 채권은 노동 가치가 투입되지 않은 채 이자를 발생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 수단이었기 때문에(광명백과사전, 2010) 1951년 ‘조국보위복권’의 발행 이후 북한에서 공채는 발행이 중단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주요 내용

국제사회에 알려진 북한의 국가 채권은 북한정권 수립 이후 2번째 발행이자, 1차 발행 이후 53년 만에 등장한 2003년 인민생활공채이다. 북한은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2002년 7.1 조치 이후 늘어난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인민생활공채?를 발행했다. 2003년 3월 27일 “2002년 국가 예산집행의 결산과 2003년 국가예산에 대한 보고”를 실시하며 인민생활공채?의 발행을 선언하고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북한이 발행한 인민생활공채?는 액면가 500원, 1천 원, 5천 원 등 3종류로 5월 1일부터 2013년 4월 말까지 10년 만기 무이자 적금이었다. 북한 당국은 인민생활공채? 판매대금을 발전소 건설과 현대화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평양 중심지역의 주택 및 거리 정비, 평양시와 평안남도, 남포시 경지정리, 백두산지역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 건설에 사용한다고 발행 목적을 발표했다.

한편, 북한은 일반적인 국채와는 달리 1등 당첨 시 액면가의 50배를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북한 주민은 물론 해외동포까지 채권 구입을 유도했다. 1년 또는 6개월에 한 번씩 추첨을 통해 1등에서 7등까지 당첨권과 원금을 일시 상환해주는 방식이라 채권인 동시에 복권의 기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든 도·시·군과 리·동·읍까지 총망라하는 운영조직을 설치해 전 주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2003년 발행 이후 재발행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던 가운데, 2020년 남한의 대북관련 언론매체기사와 이 기사를 토대로 작성된 해외 외교전문 매체 기고문은 북한이 2020년 경제상황 악화로 인민생활공채?를 발행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평가

공채발행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중앙은행 차입이나 화폐증발 없이 시중의 자금을 흡수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 내부의 자금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이다. 2020년 북한이 공채를 발행했다는 정보는 북한의 경제상황이 코로나19 및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국가 재정수입 감소가 뚜렷한 상황에서 돈주?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외화를 흡수해 확보하겠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의 공채 발행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가 2009년 화폐개혁?의 영향으로 경제적 효과보다는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 경험을 안고 있고, 또한 공채발행이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경제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신중한 반론을 전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