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경제개발구는 북한 전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 경제정책사업이다. 「경제개발구법」 제1조에서 경제개발구의 사명은 “대외경제협력과 교류를 발전시켜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말에 김정은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각 도를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를 내오고 특색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시한 후 5월 29일에 「경제개발구법」을 마련하고 11월 21일에는 신의주경제특구와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이후 2014년 6월에는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정령의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발표, 같은 해 7월 23일 6개 경제개발구 추가 지정 등으로 경제개발구 설립을 추진했다. 2015년 1월 14일에는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 총계획이 작성되었으며, 동년 10월 8일 함경북도 경원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최근에는 2017년 12월 평양시에 강남경제개발구, 2021년 4월 함경북도 무산군에 중앙급 경제개발구인 무산수출가공구를 지정함으로써 김정은 체제 들어 새로 지정된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는 무려 23개에 달한다.

주요 내용

북한의 「경제개발구법」은 총 7장 62조의 조문과 2개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경제개발구법의 기본, 경제개발구의 창설, 개발, 관리, 경제활동, 장려 및 특혜, 분쟁해결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이 재산과 소득, 신변, 지적소유권 등의 보호를 받으며 토지는 북한 현행법상 최장기간인 50년 동안 임차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투자가들이 기업 경영에 필요한 물자 등을 반입할 때 관세를 면제하고 외화와 이윤, 재산도 자유롭게 외부로 송금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북한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토지 선택의 우선권을 주고 사용료도 면제하는 특혜를 부여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이 발표한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현황 도표 참조)는 10개의 중앙급 경제개발구, 그리고 19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가 있다. 또한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유형별·특성별로 종합적 개념의 경제개발구를 비롯하여, 공업개발구, 농업개발구, 관광개발구, 수출가공구, 첨단기술개발구 등으로 구분된다. 종합적 개념의 경제개발구에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압록강경제개발구와 자강도의 만포, 함경북도의 청진과 경원, 양강도의 혜산, 평양의 강남 등 6개가 있다(강남경제개발구 역시 종합적인 경제개발구로 추정).

공업개발구는 중공업과 경공업 분야의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과 그 시설, 즉 하부구조 시설들과 창고 등이 집중 배치되어 수입대체, 수출지향, 산업구조 개선형의 공업생산이 함께 진행되는 개발구이다. 자강도 위원, 강원도 현동, 함경남도 흥남, 평안남도의 청남 개발구 등이 공업개발구에 해당한다.

농업개발구는 채종, 작물재배, 가축사육, 양어 등 높은 가치의 생산성을 가진 현대농축산, 어업 분야의 고리형 생산체계를 갖추고 농업과학기술 연구기지와 식료품 가공 및 포장 기지를 결합한 경제개발구이다. 함경남도 북청, 함경북도 어랑, 평안남도 숙천의 개발구가 이에 속한다.

관광개발구는 자연생태환경과 여행자들의 수요를 결합한 특색 있는 관광제품 생산기지와 관광시설들을 건설하고 관광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많은 관광객들을 받아들이는 경제개발구이다. 황해북도 신평과 함경북도 온성섬, 평안북도 청수의 개발구가 관광개발구이다. 무봉국제관광특구는 백두산관광을 목적으로 지정되었으며 2021년 12월 개발이 끝난 삼지연시를 포함하고 있다.

수출가공구는 경제무역지대와 가공제조업지대의 결합체로서 수출지향형 공업생산을 위주로 하면서 무역활동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경제개발구로서, 황해북도 송림, 남포시 와우도, 함경북도 무산지구 등 3곳이다.

북한은 특히 첨단기술개발구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개발구는 과학연구와 생산공정이 밀접해지고 선진기술의 투자와 보급이 활발히 진행되는 경제개발구로서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선진기술의 도입, 기술무역의 발전, 지식경제시대의 경제일꾼 양성 등을 촉진시킬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평양시 은정첨단기술개발구가 대표적이다.

평가

경제개발구 정책의 목표는 무엇보다 ‘전국토의 경제개발구화 혹은 개발구의 전국적 확산’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북한 외곽 5개 경제특구 개발을 통한 점(點) 개방에서 선(線) 개방 방식으로 개발지역을 확대한 것으로 중국의 경제개발구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경우, 지방정부 주도와 개별 기업소 참여로 개발을 허용함으로써 적극성과 자율성을 부과했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경제개발구의 개발 성과는 부진하다. 2015년 초 기존 북한 당국은 각종 특구와 개발구에 해외 306개 기업에게 총 14.4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주장하나 실제는 4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이 나진?하산 지역에 밀집됐거나 이미 경협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기업 자금으로 알려진다(2016년 기준). 경제개발구 정책 성공의 가장 부정적 요인으로는 북한의 열악한 산업·물류교통망 등의 근본적 제약 외에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개성공단의 반복적인 중단 위기 사례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북한에게 최대투자국이 될 수 있는 남한과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북한의 중앙급경제개발구(경제특구) 현황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요경제지대들』 (평양: 외국문출판사, 2018).
* 북한이 발표한 상기 자료에는 개성공업지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18년 이후 발표된 경제개발구(경제특구)로는 2021년 4월 함경북도 무산군에 지정된 중앙급 무산수출가공구가 있다.

북한의 지방급경제개발구 현황

출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요경제지대들』 (평양: 외국문출판사, 2018); 투자액은 북한의 경제개발위원회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