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원부자재의 공급이 필요하다. 북한 체제는 계획경제제도를 발전시키면서 1961년 대안의 사업체계?가 등장했다. 대안의 사업체계?에 따라 내각의 자재공급 임무를 부여받은 기관이 공장이나 기업소에 직접 자재를 공급하는 ‘유일적인 자재공급’시스템이 보편화되었다. 이때 내각의 자재공급 기관을 ‘상사’라고 부른다. 자재상사의 생산물 공급은 상품의 상업적 거래 형태를 보이나, 북한에서 생산수단의 거래는 법적으로 차단되며, 상품의 재료가 되는 생산물 역시 상품이 아닌 상품적 형태를 지닐 뿐이므로, 생산물의 공급은 상업적 형태로 보이지만 실제는 국가에 의한 계획의 일환이다.

이러한 북한의 자재공급은 고난의 행군? 이후 자원의 확보가 어려워지고, 자재를 가공, 생산, 유통하는 공장, 기업소들의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경제당국은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의 단행을 바탕으로 국가의 자재공급 실패를 보완하기 위하여 기업의 생산물 확보 과정에서 시장적 조정을 일부 수용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생산물 거래 시장인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이 등장했다.

주요 내용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은 기업소가 경제적 자율권을 바탕으로 예비 자재를 생산에 필요한 자재로 현물 교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성되었다.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은 2004년 ‘김대학보’(김일성종합대학학보)와 『경제연구』에 관련 논문이 게재되고, 2014년 ‘사회주의물자교류시장시행세칙’이 발표됨에 따라 개념과 형태가 체계화 되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 조선신보? 등의 보도기사를 통해 2000년대 중반 이미 외부로 소개되었고, 이는 북한 계획경제의 변화로 해석되었다.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품목은 ‘경제연구’에 소개된 바와 같이 초과 생산된 물자, 수요를 초과하는 예비 자재, 공급계획 밖의 자재로 생산한 생산품, 판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불합격품, 농장의 농산물 등이다.

한편,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 외에도 생산물시장이 북한사회에 등장하고 있는데, 수입 생산재의 거래를 담당하는 수입물자 교류시장이 2005년 도입되었다. 대표적인 수입물자 교류시장으로는 보통강 공동 교류시장이 있으며 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생산물들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평가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은 북한 당국이 시장을 계획경제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의 직접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경제사정의 악화로 국가에 의해 공급되지 못하는 원부자재를 기업이 서로 교환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물자교류시장? 이외에도 ‘5.30조치’(2014) 관련 연구에 따르면 현물 교환이 아닌 화폐 교환을 통해 이뤄지는 ‘시장을 통한 원자재 거래’, 물자교류시장을 경유하지 않고 공장과 기업소 사이에 직접 교환 또는 구매가 이뤄지는 행위들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최근 연간 계획의 정상화보다 생산의 정상화를 우선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제상황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 이러한 정책 집행 기조는 유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