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1990년 들어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핵문제 관련 협상을 해오는 과정에서 종종 강도 높은 위협 조치를 통해 국면을 전환시키거나 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드는 극단적인 전술인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자신이 궁지에 몰린다고 판단할 경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반대로 자신의 입장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넓은 의미에서 ‘벼랑 끝 전술?’이라는 표현은 북핵문제 외에 북한의 대남정책이나 대외관계를 설명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주요 내용

1993년부터 시작된 1차 핵위기 당시 북한은 2월 2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3월 12일 핵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며 맞섰다. 이후 6월부터 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당시 김영삼 정부의 반대 등으로 협상에 진전이 없자, 북한은 1994년 5MWe급 원자로에서 ‘사용 후 핵연료봉’을 추출하는 강수를 둠으로써 한반도는 전쟁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6월 평양을 전격 방문하면서 위기의 돌파구가 마련된 데 이어, 북·미 양측은 10월 21일 북한의 핵활동 동결, 북·미관계 개선,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등이 주요 내용인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채택하였다.

2002년 10월 시작한 2차 핵위기 상황에서도 북한은 자신의 입장을 강화시키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 계획과 관련해서 미국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하던 중유 공급을 중단하고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자 북한은 그동안 취해 온 핵동결 조치를 해제하고 IAEA 사찰관을 추방하는 한편, 2003년 1월 10일 또 다시 NPT 탈퇴를 선언하고 이후 5MWe급 원자로 가동에 들어갔다. 그 후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문제로 북·미 간 대립이 심화되고 ‘9.19 공동성명?’ 이행이 지체되자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10월 9일에는 전격적으로 첫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다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협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고 압박을 가하였다.

북한 핵문제는 2008년으로 접어들면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목록 작성과 검증 문제로 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이 신고목록 작성과 검증문제를 이유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연기하겠다고 하자, 북한은 2008년 8월 26일 핵 불능화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방북하여 검증의정서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합의함으로써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으며 북한도 핵 불능화 조치를 재개했다.

그러나 검증방법에 대한 이견으로 양측 간에 논란을 빚는 상태에서, 2008년 12월에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 검증의정서가 채택되지 못하였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6자회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이 2009년 4월 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자 북한은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하는 한편 6자회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북한의 내부 상황과 남북관계 정체 지속 등으로 6자회담?은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 있다.

평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의 특징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비합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나 대외관계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위협적 행동을 벼랑 끝 전술?로 평가하는 것은 북한의 실제 의도를 파악하는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북한이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북한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의 반복적인 벼랑 끝 전술? 시행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떨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대북 강경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의 단 맛에 빠져, 스스로 경제 회복과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됨으로써 최종적인 피해는 북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