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환율제도와 공식환율(국정환율)

북한에서 <중앙은행법>이 2004년 채택된 것과는 다르게, 화폐유통에 관한 법은 1998년 11월 「화폐유통법」이 제정되며 제도화되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 상업활동에서 원화를 제외한 외화의 유통은 금지된다. 또한 국가에 의해(이를 담당하는 기관은 ‘재정성’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은행권과 다른 나라 화폐의 교환비률을 정하도록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환율 결정의 주체가 국가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외화 관리와 유통에 관한 조항은 1993년 1월 수립된 「외화관리법」에 명시되어 있다. 북한에서 재정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화 역시 국가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관리되는데, 외화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1959년 중앙은행에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 ‘무역은행’이다. 무역은행은 대외무역을 담당하는 기관, 기업소, 단체 및 합법적으로 외화를 획득한 공민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외화사용(무역, 비무역 거래 및 은행거래)의 업무를 처리한다. 특히 재정성이 계획에 따라 결정한 고정 환율을 토대로 외화교환 시세표를 작성 및 고시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등, 환율 결정 및 관리의 주요 주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환율은 2001년까지 공정환율(국가 결정)에 기초하여 무역환율과 비무역환율의 교환 비율에 차이가 있었지만, 2002년 「외화관리법」 개정 이후 공식 환율(국정환율)로 통합되었다.

달러라이제이션과 시장환율(비공식환율)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암시장에서 통용되던 위안화, 달러화의 가치는 국정환율과는 별개로 시장의 수요?공급에 기초한 시장환율(비공식환율)의 영향을 받았다. 국가에 의한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계획에 의한 가격기능이 제한되었고, 북중 국경지역에서 반입된 소비품에 의해 위안화가 주로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조정하기 위하여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경제당국의 공식환율 현실화 조치가 추진되었다. 그러나 2009년 화폐개혁? 이후 국민들의 자국 원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제한적 환전 조치), 외화가 국가의 공식 통화를 대체하는 달러라이제이션 현상이 심화되며 시장 환율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대다수 장마당에서 거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은 시장환율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북한을 찾는 관광객, 평양 등 대도시 주민들에 한해서만 국정환율이 기능하고 있다.

평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환율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 2020년 이후 환율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2019년 연말 시장환율이 1달러당 8,320이었으나, 1년 뒤인 2020년 12월에는 6,600원대를 기록하며 약 20% 하락했다(데일리NK, 아시아프레스 등 참조). 이는 같은 기간 약 6%가 하락한 우리 경제와 비교해 볼 때 3배가 넘는 수치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이러한 결과에 대한 정밀한 해석은 제한된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거래가 감소하고, 최근 제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경제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의 환율 변화가 코로나19 장기화 및 북한 시장화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