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북한에서 상품의 가격은 국가가 결정하는 계획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는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저발전된 경제력을 급속 발전시키기 위해 ‘사회주의적 확대재생산’을 추구하며 계획경제를 추구한다. 최대한 많은 이윤을 확대재생산에 재투자하기 위하여, 국가는 노동자에게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게 된다. 이때, 당국은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으로도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의 가격을 낮은 수준에서 결정한다(가격제정의 원칙). 이렇듯 국가에 의해 계획되어 책정된 상품의 가격을 국정가격이라고 지칭한다. 국가의 통제를 바탕으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판매 지역, 상점에 관계없이 북한 내 상품의 가격은 동일하다(가격의 일원화).

북한은 가격을 상품의 생산에 투입되는 사회적 노동 가치를 화폐적으로 계산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가격의 종류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기업소 간 생산수단을 거래할 때 사용되는 도매가격, 생필품을 구입할 때 적용되는 소매가격, 협동농장?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국가가 수매할 때 평가되는 수매가격, 그리고 국가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불되는 운임·요금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국정가격을 지칭할 때는 소매가격을 의미한다.

국정가격제도는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는 기간 동안은 큰 문제없이 작동한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사회 전체에 공급되는 상품이 노동자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됨에 따라 국정가격제도는 위기를 겪는데, 북한 역시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국정상점에는 노동자들의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배급제?의 위기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발생시켰다. 고난의 행군? 시기 생필품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비공식 경제 영역인 암시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고, 변화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다 체제를 벗어나거나 아사하게 되었다. 이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은 계획에 통제를 받는 대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었다. 이 가격을 시장가격이라 한다. 가격의 일원화가 발휘되던 북한에서 비공식적인 시장가격이 거래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평가

시장가격은 국정가격에 비해 높은 시세를 형성하였는데, 북한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확대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급만으로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어려웠다. 따라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직장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시장에서 일을 하는 ‘8.3 근로자?’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북한 당국은 국정가격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가격 현실화 및 사적 영역에서 유통되는 시장가격을 반영하기 위해 2002년 7.1 조치와 이후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러나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달러, 위안화 선호현상(달러라이제이션)은 더욱 심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