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북한 경제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원칙하에서 운영되어 왔다. 계획수립을 비롯한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과 자원배분이 중앙당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하부조직은 중앙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되어 있어 ‘중앙집권적 명령경제체제’라고도 한다.

북한의 중앙집권적 계획화 체계는 국가계획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부 경제단위에 이르기까지 계획의 일원화·세부화? 체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계획의 일원화는 단일한 수직적 계획사업체계를 통해 인민경제계획?을 국가의 의도와 요구에 맞게 실행하고자 한 것이며, 계획의 세부화는 모든 단위에서 노동력, 설비, 자재의 낭비와 사장을 없애고 계획수행에 내부예비를 최대한 동원하고자 한 것이다.

주요 내용

계획의 일원화는 사회주의 국가의 통일적인 지도하에 계획화의 유일성을 보장하는 체계이다. 이는 모든 부문과 단위의 계획이 국가의 통일적인 계획이 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계획의 일원화는 국가가 모든 부분의 경제활동을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전국가적 범위에서 생산의 물적·인적 조건을 장악할 수 있게 해준다.

계획의 세부화는 모든 경제 부문들과 기업소들의 경영 활동이 세부에 이르기까지 서로 맞물리도록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을 뜻한다. 계획의 세부화는 모든 계획지표들의 수행에 법적 의무성을 부여한다.

북한은 계획의 일원화를 위해 1964년 전국적인 계획기구를 개편하고 국가계획위원회?의 하부기관으로서 지구계획위원회를 각 도에 신설해 계획사업을 관장토록 했다. 이와 함께 시(구역)·군 계획과, 공장·기업소 계획과를 신설하는 한편 이들 기관들이 각각 자신의 해당 상급기관과 국가계획위원회?에 이중으로 종속되도록 체계를 확립했다.

이때 최상위 국가계획위원회?는 국가의 계획체계 중심으로서 중앙집권제의 원칙에 따라 전국의 계획 업무를 통일적으로 지도·통제한다. 그리고 각 도·시(군)·기업소의 계획부서는 국가계획기관의 하부기관으로서 계획업무를 수행한다.

계획지표는 작성단위별로 국가계획위원회? 지표, 성 지표, 연합기업소? 지표, 지방 지표 등으로 나뉘고, 측정방법에 따라 현물지표(생산량 목표)와 금액지표(생산총액)로 구분되며, 포괄범위나 중요성에 따라 종합지표와 세부지표, 기본지표와 부속지표 등으로 분류된다. 또한 단위별 계획지표가 수립되고, 각 생산단위에 하달된 생산량 목표는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된다. 또한 국가계획위원회?를 통해 수립되는 생산부문별 계획은 매우 엄격하고 경직적이어서 조정의 여지가 없다.

평가

계획에 의한 생산목표 달성에서 국가의 경제명령은 종종 기업 간 내부교섭, 형식적 장부기입 등 형식주의, 관료주의를 발생시킨다. 또한 생산목표의 초과 달성을 위해 개별경제 단위들은 제한된 자원을 가능한 한 많이 축적하고자 하기에 재화와 용역에 대한 수요는 항상 공급을 초과하여 만성적인 부족 상태가 초래된다. 월말이나 분기 말, 연말과 같이 계획지표 달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기가 되면 생산을 비정상적으로 집중하게 됨에 따라 이로 인해 계획의 실효성과 의미는 상실된다.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이후 재정 위기로 ‘계획의 일원화·세부화? 원리’에 따른 중앙집권적 계획화가 실효성을 잃게 되고 계획경제 시스템의 양대 축인 자재공급체계와 배급제?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중요 전략산업(국방공업, 기간산업, 선행 부문 등)의 지표만 중앙의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관리하고, 그 외는 해당기관이나 공장·기업소에서 자체 계획을 세워 해결하도록 하는 변형된 계획화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북한 경제는 제도상으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실상은 제도와 현실경제 간에 괴리가 존재하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최근 북한 계획경제 하에 확산되고 있는 시장화 현상은 계획의 일원화·세부화?의 효율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