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북한이 사회주의적 금융 제도를 추진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와는 다르게 화폐의 공급 및 유통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이루어졌다. 국가, 기업의 거래는 ‘원에 의한 통제’에 따라 계산으로만 구입·지출이 집행되었고, 주민들은 근로소득의 일부로 지급받은 화폐를 농민시장?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북한은 개인들의 사적 상업 활동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남한 사회가 1980년대 신용카드의 적극적 도입을 통한 사적 금융활동이 진작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자결제시스템의 도입은 요원하였으며 현금의 유통조차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1월 「상업은행법」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제정되면서 북한 금융제도의 변화가 공식적으로 관측되었다. 이는 북한 내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사적 영역, 특히 시장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기존과는 다르게 화폐의 유통 및 활용이 증가된 것에 대한 북한 당국 차원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북한에서는 「상업은행법」이 채택된 지 4년 만에 전자결제카드 ‘나래’가 도입되면서 개인의 현금 사용을 통한 거래 활동이 공식 영역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주요 내용

조선무역은행이 2010년에 발행한 ‘나래’카드는 외화를 은행 계좌에 입금하는 형태(충전)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직불카드이다. 사용자가 결제시스템이 도입된 외화상점에서 카드를 통해 물건값을 결제하면, 충전된 외화는 국가에 의해 지정된 환율로 계산되어 원화로 평가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2015년에는 조선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전성’카드가 SNS 및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기존 나래카드가 외화 충전을 통해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북한 원화의 충전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나래카드와 전성카드 외에도 고려은행에서 발행한 ‘고려카드’, 황금의 삼각주은행이 발행한 ‘선봉카드’ 등이 북한 사회에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가

2015년 12월 13일 제3차 전국재정은행일군대회에서 공개된 김정은의 서한에는 우리식 재정금융관리체계의 개선 강화를 위한 방도로 ① 재정은행사업 강화를 통한 재정원천 확보 ② 화폐유통 공고화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유추해 볼 때,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결제시스템 확대는 2009년 화폐개혁?으로 인한 주민들의 원화 신뢰도 하락 및 외화 사용 풍조를 안정화함은 물론, 국가로 편입되지 못하는 개인의 여유자금을 공적 영역으로 편입하여 국가의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난과 제재 국면으로 상품의 생산 및 소비는 물론 외국 관광객 유입마저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자결제시스템의 확산과 북한 금융체계의 발전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