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온 사회의 혁명화, 주체 사상화를 위한 가정의 혁명화를 중시하고 있어, 가족, 애정을 통한 정서적 유대를 강조하는 우리의 가정의 개념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은 1946년 호적제도를 폐지하였습니다. 부계 혈통 계승의 호적제도가 사라졌음에도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있으며, 자녀와 친척들과의 관계도 남편 쪽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면은 우리와 똑같습니다. 또한 가족법에는 “가정생활에서 남편과 안해(아내)는 똑같은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에 있어 북한의 가정생활은 남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가정에서 남편은 세대주라고 불리며, 가정 내에서 가부장적 권위를 가지고 결정권을 행사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유교적 가족제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남자는 18세, 여자는 17세부터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는 청년들이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사회와 집단을 위하여 보람 있게 일한 다음 결혼하는 사회적 기풍을 장려한다.”라고 하여 간접적으로 결혼 연령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실제에 있어 남자는 20대 후반 내지 30대 초반, 여자는 20대 후반에 결혼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신랑, 신부 집이나 회관에서 또는 대형음식점에서 결혼식을 합니다. 주례는 당 간부나 직장 상사가 하며 형편에 따라 축의금도 냅니다. 신혼여행은 없으며, 인근 혁명사적지나 공원을 찾아 기념 사진을 찍거나 비디오를 찍기도 합니다.

장례의 경우, 인근 병원 또는 진료소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동(리)사무소에 신고합니다. 이어 시·군 ^*상업관리소에 찾아가 사망진단서를 제시하면 이 곳에서 장례를 치르는 데 필요한 장의 비품과 일정량의 식량을 국정 가격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량난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국가 배급은 대부분 끊겨 본인들이 직접 장마당 등지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상업관리소 : 생산(공장기업)과 소비(상점→근로자)를 연결시키는 상품유통기관이다. 공장∙기업소에서 생산된 상품을 공급받아 상점에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상주는 두건 위에 덧쓰는 건과 상복을 하지 않고 평상복에 상장이나 검은 천을 두르며, 여자는 머리에 흰 리본을 답니다. 빈소가 마련되면 문상객도 받습니다. 장례는 3일장이지만 형편이 어려워 1∼2일장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시신 운구는 소달구지나 트럭 등을 이용하며, 곡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화장보다는 매장을 선호합니다. 경제난 이후 북한에서 묘지 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지도자의 지시에 의해 화장을 권장하고 있으나 화장시설 미비로 실효성이 저하되어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돌아가신 분의 기일에 지내는 제사보다는 한식이나 추석 명절에 조상을 기리며 지내는 차례를 중시한다고 합니다. 북한은 제사를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규제하는 편이나,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사 또는 차례는 집에서보다 산소에 가서 지내지만 축문을 읽거나 지방을 쓰지는 않습니다. 음식은 형편에 따라 정성껏 준비하며, 상차림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