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학교 교과에 ‘조선역사’ 과목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역사에 공적을 남긴 역사인물들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숙ㆍ김정은 혁명활동’ 과목이 가장 중시되는 교과입니다. 이는 지도자의 업적을 우선시 한다는 징표입니다. 따라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가 우리가 배우는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을 잃어버린 고조선의 땅을 되찾고 조국의 영토를 확장하여 민족의 기개를 드높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을지문덕ㆍ연개소문 장군은 외적의 침략에 맞서 조국을 구한 애국명장으로 평가되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입니다.

반면, 삼국통일을 주도한 신라의 김춘추ㆍ김유신에 대해서는 사대주의적 인물로 권세욕에 빠진 야심가로 평가하며 우리의 역사에 큰 죄악을 남긴 반역자로 비하하고 있습니다. 명성황후 역시 ‘민비’로 표현하며 ‘수구세력의 옹호자’, ‘양반과 지주세력의 대변자’, ‘외세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한 사대주의자’, 사대투항주의적 외세의존정책을 폈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김옥균은 부패한 봉건통치제도를 청산하고 나라의 독립과 사회적 진보를 위하여 노력한 부르주아 혁명의 지도자로 극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종대왕은 고구려와 발해의 옛 판도를 되찾는 데서 일정한 작용을 한 봉건국가의 국왕이었고, 이순신장군은 양반지주계급출신의 무관으로 봉건왕권에 충성하며 양반지주계급을 위해 싸운 장군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황(퇴계)에 대해서는 관념론적이며 반동적인 철학으로 집권세력의 사상적 도구로 복무한, 당시 주민들의 자주적인 사상의식 발전과 창조적 활동에 해독을 끼친 학자로 묘사하였습니다.

김구선생에 대해서는 김일성 수령을 흠모하였고 미제의 민족분열책동을 폭로하고 규탄하여 싸우다 피살된 애국통일지사로, 안창호·조만식선생은 대표적인 친미 사대주의자·민족개량주의자로 비판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교육 내용의 차이는 북한체제가 학생들에게 계급적 시각에서 분석한 역사를 주입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지도자가 그 어떤 역사적 인물보다 ‘위인’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신격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분단 70여년이 우리에게 남긴 역사교육의 이질적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민족의 역사를 발굴하고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