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북한은 1970년대 초반부터 기후 조건을 극복하면서 농업생산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농법을 모색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주체농법’이다.

김일성은 1973년 1월 17일과 22~24일 황해남도·평양시·평안남북도 농업일꾼협의회에서 “농업생산에서 일대 전환을 일으키자”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농사가 잘되지 못한 기본 원인이 농촌의 노동력 부족이나 기후 악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급 당조직들이 농촌에서 사상교양사업을 잘하지 못하였고, 국가는 농업생산에 필요한 물질·기술적 조건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았으며, 간부들이 농촌경리 사업을 관료주의·주관주의·형식주의적으로 지도한 데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김일성은 1년 동안 전국 각지의 협동농장들을 현지지도? 하면서 토양 관리부터 품종 배치, 파종, 모판 관리, 모내기, 영양단지에 의한 강냉이 재배, 물 관리, 비료주기 등 모든 영농공정에 직접 관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체농법이 탄생되었고 체계화되었다.

주요 내용

주체농법이 추구하는 것은 단위면적당 수확률을 높임으로써 농업생산에서 증산을 이루는 것이다. 부족한 경작지와 농사에 불리한 기후 조건을 극복하고 식량의 자급자족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다수확 알곡작물의 품종을 끊임없이 개량하여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바로 주체농법이 지향하는 집약농법의 핵심이다.

주체농법은 토지를 가장 효과적이고 집약적으로 이용하여 단위당 수확고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방도로서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포전별로 세밀히 분석하고, 모든 논밭에 많은 유기질 비료, 다량원소비료, 미량원소비료를 투하할 것을 강조한다. 이를 일컬어 자연 그 자체가 줄 수 없는 새로운 비옥도를 높여주는 방법이라 칭한다.

그러나 주체농법에 의해 북한의 농업 생산구조는 기존의 다각적 영농에서 다수확 작물인 강냉이와 벼 중심의 단작 영농 형태로 점차 고착화되었다. 그리고 ‘알맞은 땅에 알맞은 작물을 심는다’는 적지적작(適地適作)의 원칙 역시 점차 작물에서 품종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또한 품종 배치가 전국적 범위에서 중앙집권적으로 이루어졌다. 주요 작물의 품종은 내각결정과 명령에 의해 지대별·도별에 따라 일률적으로 배치되었다. 이러한 단작 영농 구조는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평가

북한은 주체농법에 의해 다각적 영농에서 쌀과 옥수수 중심의 단일작물 영농 형태의 농업 생산구조로 바뀌고, 이러한 방식의 영농이 지속됨에 따라 화학비료의 대량 투입으로 인한 지력(地力) 약화와 심각한 토지의 산성화가 초래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1990년대 들어서서 급격한 농업생산력의 저하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한 만성적인 식량부족 현상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2006년 전후시점에 밀식농법이 소식(疎植)농법으로 전환하는 작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 농업과학원 과학지도처장 전석조는 조선신보?(2006.2.22)와의 인터뷰에서 “농업 분야 다수확 품종 개발 성과”가 “소식재배 보급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밝히면서 논벼 등 일부 작물에서 소식재배로 영농방법이 전환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식재배의 구체적인 사례로 평양시 강남군 신흥협동농장 최성옥은 “오랜 세월 굳어진 관점에서 벗어나 밀식재배 대신에 큰모에 의한 논벼소식재배방법”(2019.5.6, 노동신문?)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소식재배가 가능한 이유는 농사용 종자개발 결과라는 것이다. 벼농사를 제외하고, 옥수수, 밀, 과수 등 작물들은 여전히 밀실재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