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북한은 「헌법」 제30조와 「사회주의로동법」 제4, 5조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일 8시간 노동을 의무이자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에 소속되어 있는 근로자들은 절차에 따르지 않는 가운데 직장을 이탈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다(「사회주의로동법」 제18조). 기관, 기업소, 단체 역시 근로자의 무단 해고(제적) 및 노동 외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법적으로 제한되는데(「사회주의로동법」 34, 35조) 이러한 제도에 따라 북한에서의 고용 유연성은 자본주의 국가와 다르게 매우 제한되어 있다.

한편, 북한의 임금은 ‘사회주의 분배원칙’과 ‘로동보수원칙’에 근거하여 책정되는데, 근로자의 노동 시간 및 노동 업무의 질적 수준에 따라 북한사회에 물질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수가 지급됨을 의미한다. 이때 국가가 노동자의 생활비를 산출하는데 기준이 되는 가격은 국정가격이다. 근로자는 노동을 통해 제공받은 임금과 공급카드를 바탕으로 국영상점에서 생필품을 국정가격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일상생활을 이어간다.

그런데 국영상점 및 양정사업소에 근로자가 구매할 쌀과 생필품의 공급이 경제사정 악화로 중단됨에 따라, 노동을 통한 임금으로 생존이 가능하던 노동자들의 경제활동에 위기가 초래된다. 국영상점의 운영이 중단되는 가운데 생필품을 거래하기 위한 사적 영역에서의 비법적 거래활동이 증가되면서, 국정가격은 형해화 되고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가격이 거래의 기준이 된 것이다. 문제는 기존 직장에서 받던 보수금액으로는 최저 생계유지를 위한 양곡을 구매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기업소로의 원부자재 공급마저 지연 또는 중단되면서 공장의 가동이 제한되는 사회적 위기가 만연해짐에 따라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보수 지불 역시 어려워졌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소는 할당된 계획(금액지표)을 충당해야 할 의무가 남아있었고, 노동자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시장에서 노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기업소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8.3 근로자?’이다.

주요 내용

‘8.3’은 8월 3일을 의미한다. 해당일은 1984년 김정일이 평양 경공업제품 전시장을 현지지도하며 계획에 의해 공급되는 원부자재 이외에 부산물, 폐기물들을 활용하여 자체 상품 생산을 확대하라는 교시를 발표한 날짜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품을 생산하는 원료가 계획체계에 반영되지 않은 자원이라는 점에서, ‘8.3’이란 북한사회에서 계획에서 벗어난 활동에 대해 지칭하는 은어로 기능한다. ‘8.3 노동자’, ‘8.3 부부’, ‘8.3 벌이’, ‘8.3 한다’ 등의 표현은 모두 ‘8.3 인민소비품생산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8.3 근로자?’로 활동하기 위해선 직장 내 지배인 등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8.3 근로자?’로 등록한 후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8.3’ 등록을 마친 근로자는 집에서 폐자재를 활용해 경공업 소비품을 생산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인 부업, 장마당 장사, 임노동 등을 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평가

북한의 ‘8.3 근로자?’는 북한 경제체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능해왔다. 특히 북한의 공급 부족, 계획의 붕괴, 국가경제의 약화 등을 실증하기 위해 꾸준히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관련 자료가 학계에 수집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북한경제체계가 계획과 시장의 공존형태로 분석됨에 따라, 단순히 ‘8.3 근로자?’의 확대가 북한 체제의 안정성 약화나 붕괴의 지표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북한 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반영하는 하나의 형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